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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한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화제입니다. ‘동덕여대 공학 전환’ 관련 보도 흐름을 보며, 저는 언론계 종사자로서 해당 시국선언의 문장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역시 부끄러움을 원동력으로 이번 칼럼을 쓰게 됐다는 점을 먼저 밝힙니다.
무엇이 부끄럽냐고요?

-난장판 된 동덕여대, 피해액 ‘어마어마’… 졸업생들 “충격적”

솔로몬저축은행현대스위스저축은행 -때려부수고 래커칠까지… 동덕여대 피해금액 최대 54억, 변상은 누가?

-래커로 뒤덮인 동덕여대… “54억 원” 피해 복구 비용 충당은?

언론 기사 제목을 몇 개만 추렸습니다. 비슷한 제목이 많습니다. ‘동덕여대 “시위로 54억 피해” vs 총학 “돈으로 학생 겁박”’처럼 학교 신사동 쪽과 학생 쪽 의견을 나란히 쓴 제목이 그나마 양호한 편입니다.
54억 원이 ‘큰돈’이라서일까요. 그런 점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하면 발 빠르게 사 쪽의 피해액을 계산하고 시위의 ‘과격함’을 부각하는 언론의 ‘습관성’ 보도 프레임이 연상됩니다. 그들이 왜 그렇게까지 나서야 했는지,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어서 갈등을 해 사금융대환 결하려면 어떤 게 필요한지에 대한 보도는 이러한 보도 흐름에 파묻히기 일쑤죠.
동덕여대 학생들이 시위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대학본부와의 ‘불통’을 더는 참을 수 없어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시위는 학교 쪽이 지난 12일로 예정됐던 교무위원회에서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할 것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반발한 학생들이 11일부터 채무조정 학교 본관 등을 점거하고 수업을 거부하며 시작됐는데요. 앞서 7일에 총학생회 등 학생 대표들이 학교 쪽의 공학 전환 논의 사실을 공론화한 뒤 학교 쪽에서 별다른 입장 발표가 없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시위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학교 쪽 입장 발표를 조금 더 기다릴 수 없었을까’, ‘(학생 목소리를 전달할)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궁 한국장학재단 생활비대출 이자 금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물어봤습니다. 학교 쪽의 소통 방식 또는 학생 의견 수렴 절차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불신이 깊은 상태였습니다. 지난 몇 년 치 이야기를 들었지만, 일단 올해 상반기에 벌어진 사건을 ‘대표 사례’로 전합니다.
일명 ‘비민주적 학사제도 개편 논란’인데요. 무전공 학생을 입학시키는 안과 함께, 원래 사회과학대학 소속인 경영경제학부(경영학·국제경영학·경제학전공)를 경영학부로 통폐합해 경영대학으로 분리하는 안, 원래 문화지식융합학부 하나만 존재했던 문화지식융합대학을 앙트러학부와 문화지식융합학부 등 두 학부로 개편하는 안 등 재학생들의 학교생활에도 큰 변화를 미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본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학사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지난 2월20일 총학생회에 ‘교학소통’ 면담이 필요하다며 급히 연락했습니다. 총학은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3월7일 학교 쪽과 만났지만 “일방적 통보”에 가깝다고 판단, 재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한 공청회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학교 쪽이 3월11일 학사제도 개편 공청대회를 열었고, 참여 학생들이 우려와 반대 의견을 표명했는데요. 학교 쪽은 별다른 ‘피드백’ 없이 공청회 나흘 뒤인 15일 대학평의원회에서 개편안을 가결했습니다. 총학에 처음 해당 안건을 통보한 지 한달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입니다.
학생들은 이때도 ‘비민주적 학사제도 개편 규탄 연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대학평의원회 개최 전날 비상집회도 열었는데요. 학생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찬반 표결로 밀어붙인 결말을 목도했죠. 학생들이 ‘여대’ 정체성을 뒤흔드는 공학 전환 논의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더 격한 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 ‘아예 교무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학생 목소리를 세게 전달하자’며 행동에 나선 이유입니다.
또 여러 학생이 지난 2023년 한 학생이 교내에서 쓰레기 수거 트럭에 치여 사망한 사고를 빼놓지 않고 언급합니다. 총학 등 학생들이 최소 5년 이상 안전 문제를 지적한 바로 그 장소에서 벌어진 사고여서 그렇습니다. 대학본부가 학생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결과로 친구를 잃어야 했던 학생들이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6월12일 동덕여대 학생들이 등교 중 교내에서 트럭에 치여 숨진 이 학교 학생 ㄱ씨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한겨레가 만난 동덕여대 학생 가운데는 “굳이 여대여서 입학한 건 아니고” “공학 전환 논의를 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학생도 대학본부의 태도를 보며 학생총회에 참가해 공학 전환 ‘반대’에 표를 던졌습니다. 학교 쪽은 ‘논의 자체를 철회하자는 건 너무한 게 아니냐’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선 학교가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인다고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많지 않은 상황인 겁니다.
지난 21일 열린 동덕여대 중앙운영위원회(총학 및 각 단과대 회장단)와 처장단의 면담에서 학생 대표들이 처장단에 “지금 현재 같은 (의견 수렴) 방법 말고 정확한, 제대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구성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등장한 겁니다. 다행히 이날 면담은 대학본부가 기존과 다른 학생 의견 수렴 방안을 구상하고 학생회는 본관을 뺀 다른 학교 건물 점거는 푸는 것으로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총학은 22일 낸 입장문을 통해 “충분한 학생 의견 수렴 절차는 교무회의 이전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형식적인 것과 달리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대학본부가 제시하는 방안이 실질적으로 학생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충분히 이해 가능할 때까지, 남녀 공학 전환에 대한 철회가 이뤄질 때까지 우리는 본관 점거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앙운영위원회와 대학본부 쪽은 오는 25일 2차 면담에서 추가 협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편 여러 언론이 21일 면담 속기록 일부를 발췌해서 ‘동덕여대 총학 “래커칠, 총학과 무관… 솔직히 통제력 잃었다”’, ‘래커칠, 우리와 무관… 동덕여대 총학, 선 그었다’ 따위의 보도를 내놓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갈라치기’ 보도 역시 저를 더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면담 속기록 전체를 보면, 학생 대표들이 처장단을 향해 “학생회가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학생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춰주셨으면 한다”고 수차례 말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또한 “학생들의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서 학생회가 인수인계 받아 (점거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대학본부에 현재 학생들의 분노 상태를 제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언급된 발언 일부를 강조해서 보도하는 게 과연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까요.



동덕여대 처장단이 21일 오전 총학생회-처장단 면담이 열리는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약학관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저는 면담에서 처장단이 학생 대표들의 이 같은 발언을 듣고서 ‘대표성을 잃은 것 아니냐’며 ‘역공격’하거나 다른 ‘외부세력’ 또는 ‘(점거, 래커시위 등을 주도한) 불순세력’과 학생 대표들을 분리하려는 얘기를 하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참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재학생 3분의 1이 참여한 학생총회 결과에 대해서도 “그래도 전체 학생이 아니지 않으냐”, “공학 전환에 찬성하는 학생도 있다”, “시위로 피해 보는 학생도 있다”며 학생총회 결과의 의미를 애써 깎아내리려던 학교 쪽이, 이제 와 학생 대표들을 향해 “(학생회가) 대표성과 책임을 지니기 때문에 학생총회를 하신 게 아니냐”고 묻는 아이러니라니요.
처장단은 외부인 개입에 대해 캐물으며 “여러분(학생 대표들)은 외부인이 와도 모르겠네요. 여자들이 다 비슷한 나이에 마스크를 썼으니까”라고 말하는가 하면, 박람회 기물 청구 비용과 관련해 “(파손) 행위 주체가 누구인가가 나와야 한다. 총학에서 안 했으면 그걸 한 사람을 찾아서 해야 되나”라며 누구든 ‘색출’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학생 대표들이 다음 면담 전까지 본관 점거는 풀지 않겠다고 하자 “인질이구나” 같은 표현을 쓴 것도 처장단입니다.
“(학생회를) 아무 의미 없는 존재로 만든 학우들에 대한 입장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 같은 처장단 발언에 대해 학생 대표들은 “저희는 선거로 뽑힌 사람들”이라며 학생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대변하고자 하는 책임감을 수차례 언급합니다. 학생 안전을 위한 조치를 수차례 요청하는 것도 학생 대표들이고요. 교육자이자 ‘어른’인 처장단은 이들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꼈어야 합니다.
여러분, 혹여 판단이 어려우시면 왜곡 보도를 보느니 차라리 면담 속기록을 직접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해당 속기록은 동덕여대 총학생회 에스엔에스(SNS)에 공개돼 있습니다. (총학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ongduk_chonghak/)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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